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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막기 위해 간단한 용어정의와 함께 시작하자면, 여기서 얘기하는 특성치는 RPG에서 모든 인물에게 적용되고 높낮이의 차이가 있을 뿐인 수치를 말합니다. D&D의 힘·건강·민첩·지혜·지능·매력이라든지 겁스의 ST·DX·IQ·HT 등이 그 예입니다.

특성치와 기능의 관계는 언제나 혼란이 따르는듯 합니다. 특성치가 타고난 능력, 기능이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과 학습을 나타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RPG 규칙은 특성치의 성장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듯 합니다. 그렇다면 특성치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능력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까지가 전반적이고 광범위한 능력이고 어디까지가 경험과 학습인지 구분하는 것은 참으로 애매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언제 특성치를 굴리고 언제 기능을 굴릴지는 밸런스와도 관련된 문제입니다. 특성치는 대체로 기능에 비해 수가 적으므로 특성치로 하는 판정이 잦을 경우 기능보다 특성치를 집중적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인물 제작이 획일적으로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규칙이 특성치와 기능을 판정에 함께 사용하지만, 그럴 때도 특성치와 기능의 상대적인 무게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와 같이 다루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특성치의 가장 큰 효용이라면 아마 기능의 공백을 채워주고 인물에게 최소한의 능력을 확보해준다는 점일 것입니다. 또한 정식 훈련을 받은 적은 없어도 일상 생활에서 습득한 최소한의 능력도 특성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많이 공부한 적이 없어도 머리는 좋다든지, 무술 교습을 받은 적이 없어도 발이 날래고 힘이 세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죠. 한편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기억력이라든지 집중력이 향상되어서 지능이 높아질 수 있고,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을수록 힘과 민첩성은 향상될 것입니다.


D&D 3.x/d20라든지 아르스 마기카(Ars Magica), 유니시스템(Unisystem)처럼

(특성치) + (기능) + dX

방식을 사용하는 규칙 같은 경우 특성치에 대해 위에서 이야기한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듯 합니다. 비록 기능은 잘 배우지 못했더라도 그 상황에 적용되는 특성치가 높으면 판정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반면 특성치는 낮아도 경험이 많은 인물 역시 유리합니다. 간단하면서도 특성치와 기능의 상호보완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d20는 의미있는 결과 예측에는 약간 큰 주사위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특성치와 기능을 판정에 함께 사용하지만 그 중요성이 1:1이 아닌 규칙도 있습니다. 7번째 바다는

(특성치 + 기능)d10

을 굴려서 그중 높은 주사위를 (특성치) 갯수만큼 골라 합산하는 롤앤킵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능보다는 특성치가 훨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히어로가 폭넓은 능력을 가지고 활약할 수 있으니 영웅적 활극이라는 7번째 바다의 지향에 어울리는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특성치를 집중적으로 올리는 식으로 인물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점이 단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겁스 같은 경우 판정에는 특성치와 기능치를 따로 사용하지만 인물 제작 단계에서는 특성치에 따라 관련 기능의 기본치가 결정됩니다. 즉, 머리가 좋은 사람은 공부를 더 잘 하고 발이 빠른 사람은 검을 더 쉽게 배우는 식으로 학습 단계에서 특성치가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수긍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한편으로는 언제 기능을 사용하고 언제 특성치를 사용할지 하는 어려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특성치에 대해 조금 다른 개념을 적용한 규칙도 있습니다. 과거의 그늘 같은 경우 판정은 기능만으로 하지만 체력·이성·본능의 세 특성치 중 하나를 그 특성치에 해당하는 판정에 소모해서 추가 주사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특성치는 많은 경우 기능과는 또 다른 특수 능력을 발동하기 위해 소모해야 합니다. 따라서 특성치는 늘 적용되는 가산점이 아닌, 참가자가 관리해야 할 하나의 자원이 되는 것입니다. (페이트 같은 경우 이 글의 첫머리에서 정의한 것과 같은 특성치는 사용하지 않지만, 면모를 특성치로 정의했을 경우 역시 소모해서 기능판정 가산점, 특수 효과 발동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능 없이 특성치만으로 판정하는 규칙도 있습니다. D&D 클래식 (특히 비전투 판정)과 주인님과 함께가 그 예입니다. 특히 주인님과 함께는 특성치가 일반적인 힘·민첩·지능 식이 아니라 '자기혐오', '인간성', '무력감'이라는 정신적 특성치와 그 변동을 통해 주인공들의 인간성 회복 혹은 말살의 과정에 정확히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RPG에 규칙이 있는 의미는 바로 플레이중 가장 중요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렌즈로서가 아닐까요. D&D에서도 주인님과 함께에서도 전투는 있지만, D&D의 전투가 힘과 민첩성의 문제라면 주인님과 함께에서는 인간성과 자기혐오의 문제가 됩니다. 물론 D&D로는 비교적 다양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반면 주인님과 함께는 초점이 너무 정확한 나머지 폭넓은 이야기를 다룰 수는 없다는 면이 있습니다.

물론 특성치가 아예 없는 규칙도 있습니다. 페이트, 안방극장 대모험, 히어로퀘스트, 라이서스 등이 그 예입니다. 이들 규칙 같은 경우 참가자 자신이 인물의 특징을 정의하기 때문에 이 글 첫머리에서 정의한 것과 같은 특성치가 없는 것입니다. 인물에게 어떤 것이 중요한지 참가자가 자유롭게 결정하므로 다양성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진행자의 철저한 감독 없이는 주어진 자원보다 주인공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결국 '특성치는 필요한가'라는 의문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라는 지극히도 보편타당해서 욕 나오는(...) 결론밖에 내리기가 힘들군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특성치를 사용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며, 효용이 많기는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특성치가 규칙 속에서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 역할이 규칙을 만드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하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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